바라는 것이 있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






나는


바라는 것이 많아


좀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리석기 매한가지이지만


마음 한구석의 치기에만 


기대지 않을 수 있게 되니,


비로소 보인다.






봄바람 쐬러 다니던 시절이


어느 날부터 그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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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뜻대로 되었다면,

기대하고 예상했던 그것이었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와 몸뚱아리 있는 그대로 조우했을 때의

부끄러움와 좌절, 두려움이

비로소 나의 부조리를 창백하게 비춘다.

그게 못내 괴로워 몸부림친다.




삶이 만만치 않고 헛헛하고

인생길의 낙오와 변수가 두려워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부조리를 인정하는 순간

크든 작든 삶 전체가 뒤흔들린다.

내 학문의 부조리만 해도 나에겐 버거웠고,

도리어 그 덕에 아주 조금씩만

잊은듯이 한번씩 보곤 했다.




내일의 삶은 너무나 빨리 다가오기 때문에

재촉하며 숨을 몰아쉬며 가다

벽에 부딪히면

어김없이 그곳에 허망한 나의 성이 있다.




그 도그마가 부서질 때마다

그동안의 잔상과 관념의 낱알들이

제역할을 마치고 말없는 의식 아래 침잠한다.




서툰 진실들 보다

견고한 나의 관념이

나를 앞으로 갈 수 있게끔 다독여주었다.

달콤쌉쌀한 작별을 위해

더 힘껏 보듬고, 더 강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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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게임 기록을 위해서 


몇 번을 거듭해서 세이브와 로드를 거듭하고


결말을 보기 전에 중간에 그만두듯이


세월이 지날수록 빈틈투성이와 같던 나의 글들이 부끄러워


쓰고도 닫아두고 지워버린다.


그나마 이마저도 블로그이기에 가능하다.









글이란 것이 써놓고 보면


하잘 것 없어진다.


작은 가시하나 마음에 담아내지 못해서


줄줄 흘러내리는 마음을 되는대로 적었는데


다시 그 글이 마음의 틈을 더 벌어지게끔 했다.


시간이 흘러가도


그 때의 상처와 좌절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치유되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된다.







미처 헤아리지 못한 기회를 놓칠까봐


한 방향으로 보길 주저하고


어딘지 모르게 삼푼의 무게중심을 뒤로 한 채로 살아간다.


그 삼푼의 무게중심 덕인지 몰라도


얻은 것은 적었지만


훌훌 털고 다시 살 수 있다.







이제부터의 글도 그러하다.


예전의 글을 보면 그 때가 아니라면 그리 쓰지 못했을 글들이다.


아무 의미도, 추억거리도 아닌 시간의 누적 속에서도


어쨌든 숙성되어 간다.


이것은 보통 인간의 욕심이다.


별다를 거 없는 거니까 신경 쓸 필요없지만


지나고 보면 모두 모래알이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구나 라는 것이


더욱 절실할 때쯤


분별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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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주간 군사훈련 개요 및 분석


 공중보건의는 공익들과 마찬가지로 보충역으로서 총 4주간의 훈련소 과정을 거치면 더 이상의 군사 훈련없이 각자 추첨에 따라 배치된 곳에서 3년 간 근무를 하게 된다. 4주간 훈련의 특성상 짧은 기간에 많은 훈련들을 몰아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바쁘고, 훈련과 훈련 사이 간격이 짧아 충분한 체력 회복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 하루라도 먼저 나가는 것이 압도적으로 좋은 것이니만큼 이러한 단점은 상쇄되고도 남음이 있다. 올해는 심지어 선거로 인해 예년에 비해 2일이나 빨리 퇴소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그만큼 스케줄은 더 빡빡했지만 아나 훈련소에 들어가자마자 하루라도 줄어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 메리트인가 절실히 느끼게 되리라. ^^ 또한 현역병에 비해서는 훈련강도가 조금은 약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그렇다고 날림으로 훈련이 진행되는 일은 절대 없다.)


① 보충역 대상 및 공보의 대우

- 보충역은 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공중보건의사, 징병전담 국제협력의사, 전문연구요원, 공익법무관, 공익수의사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모두 4주 과정의 훈련을 거치며, 이외에도 전환복무요원인 의무경찰과 의무소방 친구들도 4주간의 훈련을 거친다.

 우리는 이중에서도 공중보건의사에 해당하며, 대체로 양의사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데 경우에 따라서 전문연구요원도 포함된 중대도 있다. (ex) 5중대 친구들은 전문연구요원이 분대 내에 많았다고 함) 보충역 중에서도 공보의와 공익법무관들은 대체로 분대장들보다 나이가 적게는 4,5살 많게는 10살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고, 사회적 직위를 고려해서 어느 정도 부드러운 훈육과 대우가 이루어진다.(그렇지만 어디까지나 훈련소 범위 내에서의 일이다.) 비교하자면 일반 현역병들에겐 아침 기상 시간에 밍기적거리면 “빨리 빨리 안 일어나나!!!!” 라고 윽박지를 것을 “자 훈련병들 모두 신속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도의 순화된 표현을 분대장들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공보의들이 훈육에 대한 순응 정도가 좋고 및 각종 훈련을 습득하는 속도가 빨라 상대적으로 쉽게 쉽게 넘어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공익들은 말해도 안 들으니 여러 번 말하고, 갈구고, 얼차려 줄 것을 공보의 훈련병들은 한 번 주의를 주면 대체로 바로 시정하니까 분대장들도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간혹 정말 심할 정도로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분대장이 있다고도 하던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고, 분대장 대 훈련병이라는 관점에서 놓고 생각해보면 크게 무리한 언행을 하는 경우는 잘 없는 듯 하다. 조금 거슬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훈련병 신분으로써 딱 한 달만 참으면 되니까 되도록 큰 문제 일으키지 말고 유연하게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② 부대 구성

- 처음 논산에 도착해서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 헤어지지 말고 같은 부대가자고 열심히 붙어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은 그야말로 삽질이다. ^^; 기본적으로 공중보건의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23연대에 배치된다. (23연대는 대체로 보충역들이 훈련받는 곳인듯 하다.) 연대는 다시 교육대로 나뉘게 되는데 같은 기수로 입소했고, 같은 공보의 신분으로 교육받게 되니 큰 의미는 없고, (참고로 난 2교육대였다.) 실질적으로 다음으로 이어지는 중대 - 소대 - 분대 단위가 중요하다. 실제 모든 훈련소 생활은 같은 분대원들끼리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만약 친구와 같이 지내고 싶다면 같은 분대에 소속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번 이렇게 분류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중대는 지역별로 나뉘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를테면 대구, 인천, 강원 등은 8중대로 묶이고, 서울이 6중대로 묶이고 하는 식으로 나뉘는데 만약 아는 사람과 같이 훈련소 생활을 하고 싶다면 일단 자신과 같은 지역에 해당하는 친구를 찾아서 같이 다녀야 한다. 여기서 지역은 주민등록상의 주소와 연관이 되는데, 국시를 합격하고, 기한 내에 공보의를 지원해서 합격통보를 받으면(100% 합격한다.) 곧 입영안내 편지가 배송될 것이다. 이 편지 내에는 자신이 어느 병무청에 해당하는지 적힌 종이가 있는데 자신의 주민등록상의 주소를 기준으로 대구 병무청, 서울 병무청으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처음 입영행사 때 대강 일렬로 줄서서 어수선하게 서 있다가 부모님들 배웅받고 그 자리를 뜨면 해당 병무청에 따라 중대 배치가 이루어진다. 엄한 데 계속 서서 버틴다고 그 중대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닌 게 이후 중대가 나뉘어진 후 병무기록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병무기록표는 자신이 속한 중대가 아닌 엉뚱한 곳에 있으면 내 병무기록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또한 병무기록표를 받으면서 일일이 출석을 부르기 때문에 몰래 다른 중대에 소속될 수가 없다. 결국 처음부터 주소지를 같은 곳으로 해두지 않은 이상 애초에 같은 중대로 배속될 수는 없는 것이다. 중대별로 나뉘어진 뒤에는 소대별로 다시 나누어지게 된다. 소대가 결정된 후에는 다시 소대 내에서 분대로 나뉘어지게 되는 것이다. 보통 한 분대는 10명 단위로 끊기고 소대 인원은 중대의 인원수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있던 8중대를 기준으로 보면 40명에서 50명 내외였다. 8중대와 같은 경우는 중대 분류가 끝난 후에는 키순으로 나와서 앞에서부터 10명씩 끊어서 1분대, 2분대, 3분대, 4분대로 나뉘고 4개의 분대를 묶어서 1소대가 되는 방식이었다. 즉, 8중대는 1소대는 키가 작은 사람들이 많고, 3소대는 키가 큰 사람들이 많았는데, 키를 정확히 재서 줄을 맞추는 게 아니므로 얼추 비슷하면 섞여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본인과 같은 경우는 2소대 정도에 배치될 키였으나 그냥 1소대에 섞여 들어가서 아는 사람과 같은 분대에 배속되도록 줄을 섰는데 별다른 문제없이 같은 분대로 배속되었다.

 6중대와 같은 경우는 이렇게 키순으로 서되 세로로 줄을 잘라서 분대를 만들었다고 하니(결과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 중간인 사람, 큰 사람이 모두 섞인 분대가 되겠다.) 결과적으로 그 때 눈치를 잘 보고 친구들과 줄을 잘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요약하면 같은 지역 병무청, 비슷한 키의 사람과 같이 다니면 같은 분대에 배치될 확률이 높다. 전혀 아는 사람이 없는 분대에 가더라도 대략 2, 3일이면 어느 정도 안면도 트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낼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③ 훈련 일정 및 각 훈련별 달성 난이도


 군대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훈련 중 굵직굵직한 것들 위주로만 우선 쓰도록 하겠다. 되도록 자세히 다 쓰려고 했으나 거의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상태라 빠진 부분이 있을 수 있다.



- 1주차 : 동화교육 기간

 동화교육 기간이란 말 그대로 사회인에서 군인으로 동화될 수 있도록 군대 내에서 지켜야 될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고, 이제 적응하는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많지 않으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본인은 일주일 내내 나갈 날이 너무 까마득하다 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 입소 (1일차)

· 육체적 난이도 : ☆ (짐을 많이 싸들고 왔다면 ★★)

· 정신적 압박감 : ★★☆

 그냥 말그대로 입소를 하면 된다. 육군훈련소에 도착을 해서 입소대대에 들어가고, 정시에 집합을 시작하여 군악대 연주 듣고, 입소행사 시작을 한다. 별 건 없고 선서를 하고, 부모님들께 늠름하게 잘 다녀오겠다는 세레모니를 한다고 보면 된다.

 각자 부모님, 친구들을 뒤로 하고 들어가는데 부모님의 모습이 사라지면 분대장(조교)들의 고압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공보의이므로 막가자는 식의 대우를 받지는 않는 편이다. 앞서 말했듯이 중대 - 소대 - 분대를 배정받은 후 입소대대에서 23연대로 이동을 하였다. 이 사이에는 병무기록표 받는 시간이 있었는데 일처리가 원활하지 못하여 자기 병무기록표가 다른데 있는 사람도 있고 해서 시간이 꽤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입소대대와 23연대까지의 거리는 꽤나 멀다. 만약에 짐을 꽤나 꾸역꾸역 싸들고 왔다면 들고 가는 것만 해도 힘들 것이다. 어깨에 맬 수 있는 가방을 선택해서 짐을 꾸릴 수 있도록 하자. 또 짐을 너무 무겁게 만들지 말자.

 착잡한 심정으로 걸어가면 대체로 이미 훈련소에 입소한 다른 훈련병들이 완전군장을 하고 행군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더욱더 마음은 무거워진다.

 23연대에 도착하면 바로 소지품 검사를 한다. 소대장이나 분대장들이 일일이 소지품 검사를 시작하는데 어떤 분대는 날림으로 검사하고, 어떤 분대는 엄청 빡빡하게 일일이 다 뒤지는데 우리 분대는 후자 쪽이었다. ㅜㅜ 나는 요령껏 걸릴만한 것은 잘 숨겼지만 대체로 처음엔 멍하게 있게 되므로 그냥 털리기 마련이다. 휴대폰이나 책, 담배, 신분증, 현금 등은 그냥 미리 속편하게 제출하고, 라이트펜이나 침, 부식물 등은 적당히 숨겨두던지 해라.

 소지품 검사가 끝나면 각자 관물대를 뒤져서 방상외피 1벌, 방상내피 1벌, 전투복 3벌, 생활복(추리닝) 1벌 size를 맞추어야 한다. 대체로 정확히 맞는 사이즈를 찾기는 어려우니 대강 맞추는데 전투복 하의 사이즈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옆 관물대를 뒤지고. 서로 맞는 사이즈 교환하고, 다른 분대나 소대에서 남는 전투복들을 쌓아두고 자기가 알아서 집어가서 맞는 사이즈로 어쨌든 숫자를 맞춰 두어야 한다. 방상외피와 내피, 전투복 상의, 생활복이 얼추 맞다 싶으면 재빨리 전투복 하의 3벌을 맞추는데 노력해라. 이 때 맞는 사이즈 못 찾으면 동화교육 기간 내내 맞는 전투복 사이즈를 찾으러 다른 분대, 다른 소대를 돌아다니며 빌빌 거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군화와 활동화도 지급받는다. 군화는 대체로 쓰던 군화들이고, 간혹 새 군화가 섞여 있을 수 있는데 무조건 쓰던 군화를 신는 것이 좋다. 질이 잘 들어있고, 발목부분이 물렁물렁해서 그나마 편하게 군화를 신을 수 있다. 자기 사이즈 부르면 차례대로 나가서 받아가야 해서 처음엔 선택권한이 없지만 나중에 바꿔달라면 다 바꿔준다. 군화 사이즈는 깔창과 동계양말을 신은 다음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선에서 맞추도록 하자. 군화가 잘 맞지 않으면 훈련소 내내 고생하니 처음부터 잘 고르자.

 활동화는 낡은 운동화 한 켤레를 주는데 안에 깔창이 있는 걸로 고르도록 하자. 처음에 안 좋은 거 받았다면 나중에 가서 적당한 핑계를 대고 바꾸도록 하자. 신발을 구겨신은 탓에 뒤축이 심하게 튀어나온 활동화도 지양하도록 하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군대에서 신발 불편하면 그만한 고역도 없다.

 첫 날은 아마 밤에 잠이 잘 안 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곧 적응된다.

 

  * 총기친숙화 훈련 (2일차)

· 육체적 난이도 : ★☆

· 정신적 압박감 : ★☆

 힘들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소총을 들고 다녀야 한다. 소총은 M16A1이 지급된다. 소총은 밥 먹을 때나, 씻을 때나, 화장실 갈 때나, 심지어 잘 때도 끼고 자라고 하는데 정말 여간 귀찮고, 번잡한 것이 아니다. 총을 두고 다니면 분대장들이 훈련병 총 어디 있나 라고 지적을 당하기 때문에 잘 들고 다니자. 소총은 생각보다 무겁다. 그래도 M16 정도면 소총 중 가벼운 편이다.

 우리 분대를 기준으로 말하면 11번 훈련병과 같이 총기 보관함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훈련병은 앞으로 소총 담당으로 지정되어 앞으로 시도때도 없이 총기 최신화라는 작업을 하게 된다. 총기 최신화는 소총이 모두 제자리에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당일 담당자 이름으로 매번 새로 써 넣는 일을 말하는데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총기 보관함은 자물쇠로 채워서 보관하고, 이 열쇠는 당직분대장에게 제출하게 되기 때문에 열 때, 닫을 때 매번 가지고 오고, 가져다 주고 해야해서 정말로 귀찮다.

 총기수여식과 입대식도 이 날 진행되는데 이 때는 되도록 목소리를 크게 내어서 처음에 좋은 인상을 주도록 하자. 군대에선 목소리 크다고 싫어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군기가 들어보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다. 처음에 좋은 인상을 주면 이후에 훈육 강도도 좀 낮아지고, 여러모로 좋은 일이 많다.

 -> 이 날부터 동화교육 주간이 끝나는 동안 틈틈이 가뜸이라는 작업을 한다. 전투복 3벌,방상외피 1벌에 교번주기표와 이름표를 다는데 총 8개의 명찰을 손수 바느질해서 다는 작업을 말한다. 그렇게 어렵진 않은데 귀찮을 뿐이다. 가장 짜증이 나는 건 가뜸하라고 시켜서 가뜸을 하려고 바늘에 실을 끼우고 바느질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다시 하던 것을 중지하고 다른 일을 하라고 시킬 때다. 이러면 기껏 실을 길게 늘여서 만들었는데 다시 매듭을 지어야 돼서 정말 짜증이 난다. 가뜸을 할 때는 실을 길게 해서 한번에 명찰 하나 다는 것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 체력측정 (3일차)

· 육체적 난이도 : ☆ (자신이 하기에 따라 random)

· 정신적 압박감 : ☆

 원래 토요일은 일반적으로 특별한 일정이 없기 때문에 보통 체력측정과 같은 활동을 토요일로 배치한 경우가 많다. 만약 의무경찰과 같은 경우는 이 체력측정이 배치 점수에 영향을 주므로 죽을 힘을 다해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공보의는 몇 년 전 법 개정 이후로는 훈련소 성적과 무관하게 그냥 뺑뺑이로 지역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혀 열심히 안해도 된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뜀걸음으로 평가되는데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적당히 하도록 하자. 절대적으로 무리할 필요도 없고, 분대장이나 소대장들조차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 체력 측정은 보통 1주에 한 번 정도 이루어진다.

 

  * 종교행사 (4일차)

· 육체적 난이도 : ★ (약간 random 종교행사장이 멀거나, 빡센 분대장의 인솔 시)

· 정신적 압박감 : ☆

 매주 일요일은 종교행사가 있다. 오전에 1번 다녀오고, 야간에 1번 다녀올 수 있다. 종교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가 있으며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면 된다. 원불교는 오전에만 열리고 야간엔 선택이 불가능하다. 생각보다 종교행사장의 거리는 멀고, 가는 길에도 역시 열을 맞추고, 발을 맞추고, 종종 군가도 불러야 한다. 오전에만 다녀오고, 저녁에는 안 가는 것이 가장 편하기 하나, 기왕이면 우선은 4가지 종교 행사를 모두 둘러보도록 하자.

 각 종교의 장단점을 따지면 다음과 같다.

 - 불교 : 장점은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와 걸그룹 동영상을 틀어준다는 것이다. 걸그룹 동영상을 틀어주는데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슬로우한 모션으로 딱딱 잡아주는데 이것을 컨트롤하는 사람에게서 완숙함이 느껴진다. 단점은 간혹 거기 있는 스님이 빡치는 것과 부식이 좀 빈약하다는 거, 23연대에서 거리가 가장 멀다는 것이다. (그치만 천주교, 기독교, 불교 전부다 거의 몰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특별한 종교관이 없다면 불교 수계식 날은 꼭 불교를 가길 정말 추천하고 싶다. 여대생 댄스 동아리가 오는데 훈련소 내에서는 정말 큰 낙으로 다가온다.

- 기독교 : 장점은 초절정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광적인 분위기이다. 기독교는 저녁에 가는 것이 진리인데 가보면 상상 이상의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다. -_-; 현역병들 사이에선 가장 인기가 높은 종교로 훈련소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여기서 풀고 가는 듯 하다. 그 어떤 콘서트장을 가도 이렇게 열정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부식도 중박은 친다. 단점은 지나치게 광적이고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싫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전 기독교는 무난하니까 기독신자들은 오전 기독교를 선택하면 되겠다.

- 천주교 : 장점은 가장 종교행사 다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어느 정도 질서가 잡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부식이 가장 잘 나온다. 부활절 주간에 천주교를 선택하면 초코파이를 한 통씩도 받을 수 있다. 단점은 천주교인이 아닌 이상 매우 지루하고, 중간중간 미사 의식 때문에 자주 일어나게 한다는 점이다.

- 원불교 : 장점은 타종교 행사에 비해 아침 일찍 종교 행사 가야하므로 아침 뜀걸음을 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배식조라면 어차피 뜀걸음은 면제될 때가 많으므로 굳이 오전 원불교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또 23연대에서 거리도 그나마 가장 가까운 편이다. 또 그렇게 종교행사가 번거롭지도 않고, 저녁 기독교처럼 정신없는 분위기도 아니라 좀 쉬다 올 수 있다. 단점은 부식이 좀 빈약하다는 것. 뜀걸음이 버거운 훈련병들에겐 오전 원불교는 진리다. ㅎㅎ

 ps1) 첫 주차부터 시작해서 적어도 3주차에 접어들기 이전에는 종교행사를 가면 가서 “짬찌”라는 용어를 골백번 듣게 될 것이다. “짬 찌꺼기”라는 안 좋은 뜻으로 자신보다 기수가 낮아 주차가 느린 훈련병들이 속칭 군대말로 짬이 안 된다고 놀리려고 쓰는 말이다. 또 4주만 훈련받는다는 표식 때문에 공익이라고 현역병들이 오해하고, 장애인이라고 놀리는 경우도 꽤 많은데 일일이 응대하지 말도록 하자. 안 그래도 저 친구들은 2년 고생해야 할 친구들인데 너그러이 이해해주자. 공보의라고 간혹 설명을 시도하려고 하는 선생님들도 계신데 무의미한 짓이다. 이 친구들은 애초에 공보의가 뭔지도 잘 모른다.

 ps2) 마지막 주차엔 가장 힘들고 고된 훈련인 각개전투가 있다. 주차가 높은 4주차 말, 5주차 훈련병들은 “우리는 끝났다 각개전투”라고 구호를 시작하면 저쪽에서 자기들도 끝났으면 “우리도 끝났다 각개전투”라고 화답한다. 자신들은 이미 힘든 훈련 다 끝났다고 놀리면 아직 주차가 낮은 훈련병들은 “GOP"라고 받아친다. 너희들 죄다 전방인 GOP에나 배정받으라는 의미이다. 현역병들의 마음 속의 불안을 대변하는 듯한 훈련소 종교행사 풍습(?) 중 하나이다.


그 외에도 첫주차에 하는 일이 꽤 많지만 이 정도만 알아도 우선은 충분하겠다.

 

<455기 공중보건의 훈련소 일지 및 관련사항>

 

 

잡스러운 감상 수기보다는 좀 더 객관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우선 글을 써두고 싶다.

후기 및 수기는 뒤에 따로 첨부하겠다.

 

 

 

1. 글을 쓰는 목적 및 범례

 

 훈련소를 들어가기 이전에 나름의 인맥과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개략적인 분위기와 훈련 일정, 요령 등에 대해서 많이 파악하고 간 편이라 생각했으나, 막상 훈련소에서 지내다보니 전해들은 이야기들이 꽤나 단편적이었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또 의사들에 비해서 너무나 형편없는 정보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한의사들의 처지도 못내 아쉬워서 우선은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 전달 위주의 글을 쓰고, 수기는 가장 마지막에 첨부하는 식으로 하겠다.

 여러 개를 나열할 때는 (이를테면 준비물과 같이) 중요한 것을 되도록 앞쪽으로 배치하는 순으로 작성을 하도록 하겠다.

 

 

 

2. 가지고 가야할 준비물

 

 들어가기 전에 가장 많이들 궁금해 하는 것이 이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들도 있지만 나머지는 죄다 중구난방이고, 그렇게 객관적이지도 않더라.

 내가 쓰는 글도 절대적인 의미에서 객관적인 글이 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글을 읽는 이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게끔 정리해서 쓰고자 한다.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으니, 자신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비판하지는 말도록 하자.

 훈련소에 처음 입소하면 현역들은 가지고 들어간 물건의 거의 대부분을 뺏기지만 보충역들은 몇몇 물품을 제외하면 거의 뺏기지 않는다. 그러나 간혹 FM대로 해서 물건을 일일이 다 뒤지는 분대장도 있다. 때문에 어떤 분대는 아예 검사를 받지도 않았으나, 어떤 분대는 철저하게 검사를 받았다. 대체로 뺏기는 물건은 전자기기(휴대폰, mp3p, 전기면도기 등)와 부식물(초콜렛 같은 거), 책이다.

 

 - 거의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

 

  * 각종 세면도구들 : 샴푸, 치약, 폼클렌징, 스킨로션, 수동면도기, 칫솔, 타월(취향), 수건(취향), 세면백(취향)

 약 한 달간 생활하면서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 땀을 흘릴 것이고, 땀을 흘리지 않더라도 논산훈련소는 모래와 먼지로 가득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잘 씻어야 한다.

 샴푸는 너무 작은 거 말고 넉넉하게 큰 거 들고 가자. 생각보다 금방 다 쓴다. 주위 사람한테 빌려써도 되지만 매번 빌려쓰는 것도 참 구차한 짓이다. 또한 샴푸는 훈련소 입소 후 얼마 후 px 구매물품 조사 시에도 구매 조사하지 않는 물품이라 미리 무조건 챙겨가야 한다.

 치약은 이후에 px 물품 조사 시에 구매가능하나, 처음에는 3명 당 1명씩 지급되기 때문에 매번 빌리기 번거롭다면 작은 치약이라도 사가면 좋다. 아니면 자신이 관리하는 사람이 되어서 자신의 이용에 좀 더 편의를 도모해도 좋겠다.

 폼클렌징은 간혹 종교행사에서 받을 수도 있으나 드물고, px 물품 구매도 할 수 없다. 미리 자신이 평소에 쓰던 종류가 있다면 역시 한 달 쓸 걸 감안해서 넉넉한 사이즈로 들고 가자.

 스킨로션도 역시 구매할 수 없으며, 자기 껄 가지고 가서 쓰도록 하면 된다. 자신이 평소에 쓰던 거라도 좋고, 스킨로션 일체형으로 된 것을 사면 좀 더 편하긴 하겠다. px 조사시 없는 물품이다.

 수동면도기를 가져가자. 전기 면도기는 들어가면 뺏기고, 수동면도기가 없으면, 면도할 때 마다 매번 분대장에게 보고하고, 날을 빌려써야 한다. 자기 껄로 하나 가지고 있으면 성가실 일이 없다. 역시 px 조사시 없는 물품이다.

 칫솔은 개인당 하나씩 지급된다. 자신이 원래 좋아하던 메이커가 있으면 들고 가면 좋다. 후반부에 가면 배출 준비 시 이것 저것 닦는데 간혹 남는 칫솔이 하나 있으면 그걸 닦는데 쓸 때도 유용하다. 그렇지만 여기서부턴 굳이 안 가져가도 된다.

 타월은 지극히 개인 취향의 문제다. 대체로 타월을 써서 비눗칠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긴 하나, 확실히 가지고 있으면 타월로 몸전체를 비누칠하면 개운하고 좋다. px 구매는 따로 안 된다.

 수건은 px 구매가 가능하다. 일단 처음에는 하늘색의 수건을 개인별로 하나씩 배급된다. 본인은 혹시나 해서 미리 사제로 군용 하늘색 수건을 사갔으나 질도 별로 안 좋고, 오히려 px에서 주문받아서 산 수건들이 질이 더 좋더라. 군용 배급품의 질이 왠만한 사제품보다 질이 훨씬 좋고, 가격이 싸다는 것을 알아두자. 그냥 따로 안 챙겨가고, 우선은 처음 지급된 수건으로 버티다가 px 물품 조사시 하나 정도 추가로 구매하면 될 거 같다.

 세면백은 개인별로 하나씩 지급되어서 전혀 필요가 없다. 다만 마지막 퇴소 직전에 세면백을 빨고 나면 세면도구를 넣고 다닐 것이 필요한데 그 때 필요한 정도이다. 그냥 지퍼백 하나 준비해가도 될 거 같다. 참고로 지급되는 세면백은 몇 기수 째 내려오는 것이라 마지막에 빨기는 하지만 그리 깨끗하지는 않다. 이런 것에 민감한 인원은 자기 세면백을 써도 나쁘지 않겠다.

 

 + 추가로 썬크림핸드크림을 반드시 가져가자.

 본인도 평소에 썬크림도 안 바르고, 핸드크림도 안 바르는 사람이었다. 훈련소는 야외 활동이 많기 때문에 썬크림을 안 바르면 그대로 시커멓게 탄다. 한달 후에 보면 안경테 자국, 마스크 자국 그대로 남는 사람들 많은데, 썬크림 잘 챙겨 바르고, 되도록 방탄모나 베레모 등으로 햇빛을 가리고, 마스크도 적당한 타이밍에 벗고 얼굴 전체적으로 햇볕을 받게 하면 큰 문제 없다.

 핸드 크림도 훈련소에 들어가서 일주일 있으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손 끝이 트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세제를 맨손으로 만지고, 험한 물건들을 많이 만져서 사회에서 마우스만 만지작거린 손이라면 거의 100% 손끝이 트고, 심하면 갈라지기도 한다. 꾸준히 핸드크림 잘 발라주고, 너무 심하면 의무실 가서 ‘네리소나’ 같은 좀 강한 스테로이드 연고 하나 처방 받아 저녁에 잘 때 발라주면 된다.

 

  * 각종 의약품 (능력껏)

 훈련소에서 지내면 정말로 만병을 경험할 수 있다. 근육통은 물론 감기, 변비, 물집, 폐렴, 염좌, 골절, 결막염, 장염, 알레르기성 피부염 등 온갖 병에 사람들이 시달리게 된다. 각자 능력되는 범위에서 의약품을 가져가자.

 양방의 선생님들은 종합감기약이나 항생제, 진통제, 변비약, 소독약, 연고 등을 많이 가져 오시더라. 약국에서 챙겨갈 사람들 알아서 챙겨가라. 자신이 평소에 복용하는 약이 있으면 넉넉히 받아가고. 훈련소에서 파스 받으려면 외진 나가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붙이는 파스든 물파스든 하나 가져가도 좋겠다.

 본인의 경험에 따르면 근육통이나 각종 진통제는 그냥 양약을 먹는 게 낫다. 각종 통증에 모두 대응할만한 약을 한약으로 챙겨가긴 무리다. 감기약과 변비약 정도는 챙겨가자. 사실 양방 감기약은 대증 치료라서 치료가 된다는 기분이라기보다는 버티게 해준다는 기분이다. 훈련소에서 걸린 감기는 나올 때까지 잘 안 낫는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특히 가래와 기침 감기 환자가 어마어마하게 생긴다. 배농탕을 가지고 가면 어떨까 싶다. (사실 본인은 오로지 고방만을 쓴다.) 인후통에서 시작해서 결국은 가래까지 생기는 감기가 많아서 용각산이라는 길경이 주성분인 약이 많이 통용된다. 배농탕의 방의를 여기서 설명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배농탕도 길경이 유의미하게 작용하는 처방이다. 몸살감기에는 통치방으로 계마각반탕을 먹고 땀을 내면 하루 이틀도 안 되어서 금새 낫는다. 많은 친구들이 엑스제로 잘 나오는 갈근탕과 소청룡탕을 가져오는데 엑스제 특성상 효과가 그리 좋지는 않다. 갈근탕은 또 변비를 유발시킬 위험이 있고, 소청룡탕은 맑은 콧물과 기침이 주증일 때 효과가 좋고, 몸살이나 누런 콧물 가래에는 그 약효가 좀 덜 하다. 인후통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그치만 탕약으로 이 모든 약을 다 지어가긴 무리가 있다. 본인은 감기로 계마각반탕만 환제로 지어갔는데 몸살 감기를 낫고 나서 남은 가래 때문에 배농탕이 정말 아쉽더라. 기침도 사실 가래와 인후부 자극 때문에 나는 경우가 많고. 다시 선택하라면 계마각반탕 환제에 간단한 용각산 가루 정도는 챙겨가고 싶다. 아니면 배농탕만 환제로 만들어 챙겨가거나..

 변비 환자도 많은데 본인은 궁황산을 환으로 만든 응종환을 챙겨갔다. 효과가 정말 좋아서 같이 생활한 양방 선생님들도 덕 많이 보셨다. 저녁에 잘 때 10~15알 먹으면 다음날 아침 신호가 온다.

 침은 기본적으로 압수물품이다. 미리 따로 호주머니나 이런 곳에 짱박아두고, 필요할 때 조심스럽게 시술하도록 하자. 훈련이 3주차쯤 대놓고 써도 크게 지적하진 않는다. 나는 분대장한테도 침을 놓아줬다.

 

  * 훈련시 필요한 용품 : 깔창, 반창고, 밴드, 무릎보호대, 팔꿈치보호대

 깔창은 필수품 중 필수품이다. 깔창없이 군화를 신고 장시간 걷거나, 서 있으면 발이 무척 아프다. 또한 발의 아치가 무너지면 물집도 훨씬 더 잘 발생하고, 생긴 물집도 크게 된다. 깔창은 돈을 아끼지 말고 되도록 좋은 것을 하나 구비해가자. 신었을 때 충분히 푹신푹신하고 바닥이 두터운 것이 좋다. 젤 타입으로 된 것들이 좋긴 한데, 안 좋은 깔창들은 훈련 일주일쯤 받으면 이 젤들이 다 눌려서 거의 제 기능을 못한다. 간혹 보급받은 활동화의 깔창을 빼서 군화에 넣어서 써도 충분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야말로 개인차의 문제고, 내 생각엔 깔창이 안 좋으면 한달 내내 고생하니까 잘 골라서, 막상 신어보면 깔창이 안 좋은 경우도 존재하니까 미리 길도 들여서 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반창고(플라스터)밴드는 사용하기에 따라 정말 쓸 일이 많다. 가장 주된 용도는 물집이 안 잡히도록 발에 반창고를 바를 때 많이 사용된다. 후반기로 가면 발에 물집이 많이들 생기기 때문에 반창고로 발을 거의 싸다시피 해서 붙이는 사람도 많이 생긴다. 밴드도 있으면 여러모로 쓸 일이 있다. 그 외에 이것저것 고정시키거나 붙일 때 한번씩 쓸 일이 생긴다. 이를테면 보호대가 없어서 남는 양말로 팔꿈치와 무릎을 쌀 때 플라스터로 붙일 수도 있다. 넉넉하게 그리고 종류별로 챙겨가자. 폭이 큰 플라스터 2, 3개, 폭이 작은 플러스터 3, 4개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남으면 옆 전우에게 빌려줘도 되고..^^

 보호대는 사람에 따라서 필요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훈련을 초 FM으로 하지 않는 이상 살살 땅에 대면 까질 일은 크게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격 훈련시(엎드려 쏴 자세를 연습할 때 등), 각개 훈련시(각종 포복 자세 연습 등)에 필요하다. 무릎과 팔꿈치 부분에 덧댄 패드가 있는 제품이 좋다. 덧댄 패드가 돈이 아까우면 대강 팔꿈치와 무릎아대를 사서 남는 양말을 관절부와 아대 사이에 넣어서 보호대를 만들어도 충분히 쓸만하다. (좀 귀찮을 뿐이다.)

 

  * 생활관에서 필요한 용품 : 두루마리 휴지, 귀마개, 라이트펜, 물티슈

 두루마리 휴지는 적어도 1개 정도는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훈련소 생활하는 동안 총 2개의 두루마리 휴지가 배급되는데 처음에 1개를 주고 대략 2주차 훈련을 마칠 때쯤 또 1개를 준다. 충분할 것 같은데 의외로 휴지는 빨리 소모되고, 화장실 갔다가 잠시 깜빡하고 두고 가면 어느새 누가 들고 가버린다. 또 감기에 걸려서 콧물과 가래가 생기면 휴지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부족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매번 빌려쓰기도 구차하니까 두루마리 휴지 1개 정도는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꼭 두루마리 휴지가 아니더라도 포켓 휴지 여러 개를 가져가도 좋다.

 귀마개는 자신이 평소에 누구보다도 일찍 잠들고, 무던한 편이라면 필요없을 수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훈련소에서는 고된 훈련 탓에 코를 심하게 골고, 이를 갈기 때문에 귀마개없이는 잠을 자기 힘들 수도 있다. 특히 불침번 서고 와서 다시 잠이 들려고 하면 귀마개 없이는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잘 수 있다. (양쪽에서 내 쪽으로 얼굴 돌리고 코를 골면 그야말로 서라운드 입체음향이다. ^^) 1, 2개 정도는 준비해가면 좋다. 사격 훈련 시 보급품으로도 1개 나오는데 우리 때는 깨끗한 거 줘서 그냥 그걸로 버티는 사람도 있었다.

 라이트펜은 야간에 소등 이후 물건을 찾고 싶을 때 불이 없으면 난감하다. 이럴 때 유용하다. 야간 잠 안 자고 편지써서 다른 전우들의 수면을 방해할까봐 처음에 압수해 가는데 호주머니 같은 곳에 대강 숨겨놓고 유용하게 쓰도록 하자. 굳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건은 아니다.

 물티슈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유용하게 사용했다. 먼지를 닦을 때도 좋고, 훈련 초반기에 제대로 씻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럴 때도 물티슈로 몸을 닦으면 찝찝했던 기분도 한결 나아진다. 야외 훈련 나갈 시 손을 씻기 애매한 경우가 참 많은데 이럴 때도 유용하다. 50매짜리 1, 2개 가지고 가면 좋다.

 

 

-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있으면 좋은 것들

 

  * 각종 의복류 : 군용속옷, 군용양말, 내복, 마스크

 기본적으로 모든 의복류는 훈련소에서 살만큼은 지급된다. 팬티와 런닝 3장 정도, 동계 양말 3켤레, 동계 내복 2벌, 마스크 4개가 주어지는데 돌아가면서 입고, 남은 것은 세탁해서 입으면 사실 충분하다. 손빨래하기가 싫으면 분대원들과 함께 속옷을 모아서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된다. 따라서 구태여 많은 양의 의복을 챙겨갈 필요가 없다. 본인이 심하게 귀차니즘을 앓고 있는 분이라면 여유분을 준비해가면 좋을 것 같다.

 본인의 경우는 약간의 여유분을 준비해가니 남들이 빨래한다고 부산을 떨 때 남은 날짜를 계산해보고, 빨래를 할지, 버리고 새 것을 꺼내 입을지 고민해서 결정하곤 했다. 나중에는 자기 속옷과 양말, 내복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뒤섞일 수도 있고, 아예 잃어버리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럴 때 여유분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단, 너무 많이 들고 가면 어차피 짐만 될 뿐이니 본인이 남들 할 때 같이 할 수 있을 정도로만 부지런하다면 전혀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음을 말해둔다.

 챙겨갈 때는 왠만하면 군용속옷과 양말을 사가는 것이 좋다. 색이 다음과 같은 국방색 계통이어야만 원칙적으로는 허용이 된다. 그렇지만 훈련 2주차를 넘어갈 때쯤엔 적당히 요령껏 행동해도 된다. 어차피 안 보이는 옷들이니. (군용상품이나 입대용품 파는데서 구하면 된다.)

 마스크도 배급받는 것으로 충분한데 먼지도 많고, 기침도 많이 하면 마스크가 금새 더러워진다. 본인 마스크 챙겨와서 쓰고 그 위에 군용마스크 덧씌우고 다니는 친구도 봤는데 그냥 잘 빨아서 돌아가면서 써도 된다. 본인은 마스크 배급될 때 일부러 1,2개 더 집어서 6개를 돌려썼다.

 

  * 기타 : 각종 부식물, 전자시계, 액체 구두약, 고무링, 매직, 책, 편지지, 세탁망, 테크간편시트(뽑아쓰는 세제), 면봉, 물병

 

 부식물은 기본적으로 처음에 압수된다. 소포로 보내도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라고 한다. 초콜렛, 사탕, 핫브레이크, 커피 등의 단 음식과 카페인은 훈련이 고될수록 많이 생각이 날 것이다. 종교행사에서 받은 부식물도 원칙적으로는 주말 상간에 다 먹어치우라고 하지만 보이지 않게 잘 놔두고, 종종 꺼내 먹으면 된다. 본인은 처음에 생활관에서 소지품 검사할 때 부식물을 빼서 뒤쪽 모포 아래에 숨겨두었다. 각자 알아서 잘 숨겨서 가자. 부식물이 없으면 훈련이 너무 고되서 힘들어지고 이런 건 아니다. 행군과 같은 훈련시에는 훈련소에서 빵과 음료수, 핫브레이크 등이 다 지급되고, 중간에 px 물품 조사 때도 초코파이 등을 살 수 있다. 처음에는 귀한 부식물이 나중에는 남아돌고, 먹어치우기에 바쁘다. 처음에 압수한 부식물도 나중에는 다 돌려준다. 원래는 4주차 접어들 때쯤 주는 듯 하나 우리 소대는 소대장님의 배려로 2주차 접어들 때쯤 다 돌려주었다.

 전자시계를 다들 사가는데 사실 전자시계가 꼭 필요한 때는 거의 없다. 굳이 시계를 보지 않고 살게 된다. 불침번 설 때 시간이 안 가나 한번씩 보고, 훈련 때는 거의 안 차고 다녔다. 제일 싸구려를 사면 된다. 단 싸구려는 계속 차고 다니고, 샤워할 때도 차고 있으면 금새 방수가 안 되고, 고장이 난다. 본인은 밤에만 주로 차고, 낮에는 거의 안 차서 나갈 때까지 멀쩡하더라. 사기 싫으면 의외로 굳이 안 사도 된다. 어차피 분대장들이 지시한 일정대로 흘러가서 내가 시계 볼 일은 거의 없다. 사회에서 차던 좋은 시계는 들고 가지 말자. 괜히 망가질 수 있으니..

 액체구두약은 거의 필수에 가깝다. 군화 사이사이의 실밥에 뭍은 흙을 덮으려면 구두솔로 구두약 발라서 닦아야 하긴 하지만 대체로 대강 군화를 닦을 때는 액체 구두약으로 한 두 번 쓱쓱 문지르면 번거로움도 없고, 더 잘 닦인다. 한 분대에 한 두명만 가지고 있으면 서로 빌려 쓰면 된다.

 고무링도 자신이 물건 간수만 잘하면 굳이 사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충분히 지급되고, 나중에 px 물품 조사시 구매도 가능하다. 굳이 사가려면 가장 작은 ‘중’자 고무링 1,2개 사가면 충분하다. 어차피 훈련소에서 차고 말건데 괜히 비싼 굵은 고무링 사가지고 가지 말자.

 매직은 필수품에 가깝지만 보통은 옆 사람한테 빌려쓰게 된다. 속옷에 이름쓰고, 성명주기표 옆에 주차 칠할 때 주로 쓴다. 주차가 채워질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책은 기본적으로 압수를 당한다. 왜 압수당하는지 당최 이해가 안 되는 물건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압수되지 않았으나 작년부터는 압수되는 물품이다. 마지막 주차에나 돌려준다. 생활관 내에 책이 있는데 대체로 오래되고, 재미없는 책들이다. 어차피 뺏기니까 굳이 책을 들고 갈 이유가 없다. 그냥 국방일보나 보도록 해라.

 편지지는 기본적으로 다 지급된다. 편지쓰고 싶은 만큼 편지지와 편지봉투는 충분히 지급된다. 군사우편으로 가서 우표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다만, 여자친구에게 따로 아주 예쁜 편지지로 편지 써주고 싶으면 챙겨가도록 하자. 주의할 것은 지급된 편지봉투를 써야지만 군사우편으로 처리되어 무료로 배송되며, 개인이 준비한 예쁜 편지봉부를 쓰려면 본인이 미리 우표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따로 예쁜 편지봉투를 이용할 거면 우표도 준비해가야 한다. 센스 있는 여자친구들은 알아서 우표를 편지에 넣어주더라. (그 전에 여자친구도 없는 당신이 이걸 왜 읽고 있는가?) 그냥 군사우편으로 보내면 되니까 없어도 무방하다.

 세탁망은 본인의 속옷이 다른 사람과 섞이기 싫다거나, 작은 옷가지 등을 빨 대 유용하다. 그렇게 필요하지는 않다. 자신이 굉장히 청결함에 신경쓰는 편이라면 가져가라. 없어도 무방하다.

 뽑아쓰는 시트세제 종류도 기본적으로는 필요치 않다. 훈련소 내에서 가루 세제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탁기의 성능이 좋지 않고, 한번에 빠는 빨래의 양이 많아서 세제가 미처 다 녹지 않고, 그대로 옷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다시 손빨래로 이 세제들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런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는 것이 시트세제이다. 물세제를 가지고 가면 좋지만 너무 무거워서 시트세제를 가져가서 쓰는데 한 분대에 1명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다. 없어도 무방하다.

 면봉은 대체로 소독약을 바를 때 쓰고, 그 외에는 개인 취향이다. 없어도 무방하다.

 물병이 없으면 매번 정수기로 가서 물을 더 마셔야 겠지만 DMZ 생수가 생각보다 자주 지급되고, 그 물병을 이용하면 되므로 사실상 따로 들고 갈 필요는 거의 없다.

 

 

 

 벌써 훈련소를 나온지 한 달이 되어가는 시점에 쓴 글이라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 언급조차 안 된 것들은 사실상 거의 필요가 없다 보면 되겠다.

 

 핸드폰과 mp3p 등의 전자기기들은 들고는 가되 제출하라고 할 때 왠만하면 제출하자. 사용하다가 걸리면 얼차려 받기도 하고 별로 좋은 꼴을 못 본다. 충전 잘 된 핸드폰은 꺼두면 퇴소날 바로 전원켜서 사용할 수 있으니 미리 배터리를 채워서 가자. (충전기를 가져가거나.) 한 달간 핸드폰을 정지시켜 두어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담배는 피지 말자. 걸리면 책임 못지는 사태가 일어나니까 애초에 들고 가지도 마라.

 

 다음편은 훈련소에서 공중보건의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훈련들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ps. 이상의 내용은 철저하게 공보의 훈련에 맞춰서 쓰여진 글이니 일반현역병들의 훈련소 생활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밝힙니다.

기타 문의사항은 댓글에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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