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순간 결정을 내리면서 살고 있지만
실은 그 순간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일 때가 있다.
어쩌면 거의 모든 순간이 그럴 것이다.
이제는 내 인생의 조각이 조금씩 결정되어
되돌릴 수 없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오면
약간의 답답한 기분과 함께
기존에 생각하고 믿었던 방향에 대한 의문이 슬그머니 생긴다.
지나온 길을 반추해보자면
참 희한하게도 일이 풀렸구나 싶어
안도감이 들 때도 있고,
그런 인지의 한편에는
결정되어버린 오늘의 하루가 만족스럽지 않은데서 오는 우울함도 있다.
약간 취해있을 때, 아직 무언가에 대한 믿음이 굳건할 때
삶이란 좀 더 의욕적이고, 희망 차 보일 수도 있다.
그런 약간의 어리석음과 무지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힘이기도 했다.
나는 나에게
그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내면의 강함과
삶을 풀어나가는 방법에 대한 지혜가 있길 바랐지만
지금 이 순간 돌이켜보자면
과연 내 생각대로 해 나간 것인지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내 삶을 움직여왔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지난 생각들은 모조리 미숙해보이고
내가 생각했던 미래는 내가 겪어온 과거와 결코 비슷하지 않았고
내가 옳다고 믿었던 방법론이 틀린 때도 많았고
내가 택한 길보다 더 좋은 길은 수없이 많았으며
그리고 이제 와서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음을 절절히 자각하는 이 순간.
약간 위축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지금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것들이 맞는 것인지
미래에도 그것이 변하지 않을 것인지
아무런 확신이 없으며,
이것은 실은 원래 예전부터 그러한 것인데
다만 내가 몰랐을 따름이다.
이러한 인지가 낯설고 두려워
혼란 속에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가
그러다 문득 표현하기 어려운 순간이 다가왔다.
나는 비로소 어떤 선택을 하느냐 보다
어떻게 선택했어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게 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