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뜻대로 되었다면,

기대하고 예상했던 그것이었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와 몸뚱아리 있는 그대로 조우했을 때의

부끄러움와 좌절, 두려움이

비로소 나의 부조리를 창백하게 비춘다.

그게 못내 괴로워 몸부림친다.




삶이 만만치 않고 헛헛하고

인생길의 낙오와 변수가 두려워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

부조리를 인정하는 순간

크든 작든 삶 전체가 뒤흔들린다.

내 학문의 부조리만 해도 나에겐 버거웠고,

도리어 그 덕에 아주 조금씩만

잊은듯이 한번씩 보곤 했다.




내일의 삶은 너무나 빨리 다가오기 때문에

재촉하며 숨을 몰아쉬며 가다

벽에 부딪히면

어김없이 그곳에 허망한 나의 성이 있다.




그 도그마가 부서질 때마다

그동안의 잔상과 관념의 낱알들이

제역할을 마치고 말없는 의식 아래 침잠한다.




서툰 진실들 보다

견고한 나의 관념이

나를 앞으로 갈 수 있게끔 다독여주었다.

달콤쌉쌀한 작별을 위해

더 힘껏 보듬고, 더 강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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