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기 공중보건의 훈련소 일지 및 관련사항>
잡스러운 감상 수기보다는 좀 더 객관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우선 글을 써두고 싶다.
후기 및 수기는 뒤에 따로 첨부하겠다.
1. 글을 쓰는 목적 및 범례
훈련소를 들어가기 이전에 나름의 인맥과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개략적인 분위기와 훈련 일정, 요령 등에 대해서 많이 파악하고 간 편이라 생각했으나, 막상 훈련소에서 지내다보니 전해들은 이야기들이 꽤나 단편적이었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또 의사들에 비해서 너무나 형편없는 정보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한의사들의 처지도 못내 아쉬워서 우선은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 전달 위주의 글을 쓰고, 수기는 가장 마지막에 첨부하는 식으로 하겠다.
여러 개를 나열할 때는 (이를테면 준비물과 같이) 중요한 것을 되도록 앞쪽으로 배치하는 순으로 작성을 하도록 하겠다.
2. 가지고 가야할 준비물
들어가기 전에 가장 많이들 궁금해 하는 것이 이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들도 있지만 나머지는 죄다 중구난방이고, 그렇게 객관적이지도 않더라.
내가 쓰는 글도 절대적인 의미에서 객관적인 글이 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글을 읽는 이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게끔 정리해서 쓰고자 한다.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있으니, 자신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비판하지는 말도록 하자.
훈련소에 처음 입소하면 현역들은 가지고 들어간 물건의 거의 대부분을 뺏기지만 보충역들은 몇몇 물품을 제외하면 거의 뺏기지 않는다. 그러나 간혹 FM대로 해서 물건을 일일이 다 뒤지는 분대장도 있다. 때문에 어떤 분대는 아예 검사를 받지도 않았으나, 어떤 분대는 철저하게 검사를 받았다. 대체로 뺏기는 물건은 전자기기(휴대폰, mp3p, 전기면도기 등)와 부식물(초콜렛 같은 거), 책이다.
- 거의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
* 각종 세면도구들 : 샴푸, 치약, 폼클렌징, 스킨로션, 수동면도기, 칫솔, 타월(취향), 수건(취향), 세면백(취향)
약 한 달간 생활하면서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 땀을 흘릴 것이고, 땀을 흘리지 않더라도 논산훈련소는 모래와 먼지로 가득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잘 씻어야 한다.
샴푸는 너무 작은 거 말고 넉넉하게 큰 거 들고 가자. 생각보다 금방 다 쓴다. 주위 사람한테 빌려써도 되지만 매번 빌려쓰는 것도 참 구차한 짓이다. 또한 샴푸는 훈련소 입소 후 얼마 후 px 구매물품 조사 시에도 구매 조사하지 않는 물품이라 미리 무조건 챙겨가야 한다.
치약은 이후에 px 물품 조사 시에 구매가능하나, 처음에는 3명 당 1명씩 지급되기 때문에 매번 빌리기 번거롭다면 작은 치약이라도 사가면 좋다. 아니면 자신이 관리하는 사람이 되어서 자신의 이용에 좀 더 편의를 도모해도 좋겠다.
폼클렌징은 간혹 종교행사에서 받을 수도 있으나 드물고, px 물품 구매도 할 수 없다. 미리 자신이 평소에 쓰던 종류가 있다면 역시 한 달 쓸 걸 감안해서 넉넉한 사이즈로 들고 가자.
스킨로션도 역시 구매할 수 없으며, 자기 껄 가지고 가서 쓰도록 하면 된다. 자신이 평소에 쓰던 거라도 좋고, 스킨로션 일체형으로 된 것을 사면 좀 더 편하긴 하겠다. px 조사시 없는 물품이다.
수동면도기를 가져가자. 전기 면도기는 들어가면 뺏기고, 수동면도기가 없으면, 면도할 때 마다 매번 분대장에게 보고하고, 날을 빌려써야 한다. 자기 껄로 하나 가지고 있으면 성가실 일이 없다. 역시 px 조사시 없는 물품이다.
칫솔은 개인당 하나씩 지급된다. 자신이 원래 좋아하던 메이커가 있으면 들고 가면 좋다. 후반부에 가면 배출 준비 시 이것 저것 닦는데 간혹 남는 칫솔이 하나 있으면 그걸 닦는데 쓸 때도 유용하다. 그렇지만 여기서부턴 굳이 안 가져가도 된다.
타월은 지극히 개인 취향의 문제다. 대체로 타월을 써서 비눗칠 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긴 하나, 확실히 가지고 있으면 타월로 몸전체를 비누칠하면 개운하고 좋다. px 구매는 따로 안 된다.
수건은 px 구매가 가능하다. 일단 처음에는 하늘색의 수건을 개인별로 하나씩 배급된다. 본인은 혹시나 해서 미리 사제로 군용 하늘색 수건을 사갔으나 질도 별로 안 좋고, 오히려 px에서 주문받아서 산 수건들이 질이 더 좋더라. 군용 배급품의 질이 왠만한 사제품보다 질이 훨씬 좋고, 가격이 싸다는 것을 알아두자. 그냥 따로 안 챙겨가고, 우선은 처음 지급된 수건으로 버티다가 px 물품 조사시 하나 정도 추가로 구매하면 될 거 같다.
세면백은 개인별로 하나씩 지급되어서 전혀 필요가 없다. 다만 마지막 퇴소 직전에 세면백을 빨고 나면 세면도구를 넣고 다닐 것이 필요한데 그 때 필요한 정도이다. 그냥 지퍼백 하나 준비해가도 될 거 같다. 참고로 지급되는 세면백은 몇 기수 째 내려오는 것이라 마지막에 빨기는 하지만 그리 깨끗하지는 않다. 이런 것에 민감한 인원은 자기 세면백을 써도 나쁘지 않겠다.
+ 추가로 썬크림과 핸드크림을 반드시 가져가자.
본인도 평소에 썬크림도 안 바르고, 핸드크림도 안 바르는 사람이었다. 훈련소는 야외 활동이 많기 때문에 썬크림을 안 바르면 그대로 시커멓게 탄다. 한달 후에 보면 안경테 자국, 마스크 자국 그대로 남는 사람들 많은데, 썬크림 잘 챙겨 바르고, 되도록 방탄모나 베레모 등으로 햇빛을 가리고, 마스크도 적당한 타이밍에 벗고 얼굴 전체적으로 햇볕을 받게 하면 큰 문제 없다.
핸드 크림도 훈련소에 들어가서 일주일 있으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손 끝이 트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세제를 맨손으로 만지고, 험한 물건들을 많이 만져서 사회에서 마우스만 만지작거린 손이라면 거의 100% 손끝이 트고, 심하면 갈라지기도 한다. 꾸준히 핸드크림 잘 발라주고, 너무 심하면 의무실 가서 ‘네리소나’ 같은 좀 강한 스테로이드 연고 하나 처방 받아 저녁에 잘 때 발라주면 된다.
* 각종 의약품 (능력껏)
훈련소에서 지내면 정말로 만병을 경험할 수 있다. 근육통은 물론 감기, 변비, 물집, 폐렴, 염좌, 골절, 결막염, 장염, 알레르기성 피부염 등 온갖 병에 사람들이 시달리게 된다. 각자 능력되는 범위에서 의약품을 가져가자.
양방의 선생님들은 종합감기약이나 항생제, 진통제, 변비약, 소독약, 연고 등을 많이 가져 오시더라. 약국에서 챙겨갈 사람들 알아서 챙겨가라. 자신이 평소에 복용하는 약이 있으면 넉넉히 받아가고. 훈련소에서 파스 받으려면 외진 나가야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붙이는 파스든 물파스든 하나 가져가도 좋겠다.
본인의 경험에 따르면 근육통이나 각종 진통제는 그냥 양약을 먹는 게 낫다. 각종 통증에 모두 대응할만한 약을 한약으로 챙겨가긴 무리다. 감기약과 변비약 정도는 챙겨가자. 사실 양방 감기약은 대증 치료라서 치료가 된다는 기분이라기보다는 버티게 해준다는 기분이다. 훈련소에서 걸린 감기는 나올 때까지 잘 안 낫는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특히 가래와 기침 감기 환자가 어마어마하게 생긴다. 배농탕을 가지고 가면 어떨까 싶다. (사실 본인은 오로지 고방만을 쓴다.) 인후통에서 시작해서 결국은 가래까지 생기는 감기가 많아서 용각산이라는 길경이 주성분인 약이 많이 통용된다. 배농탕의 방의를 여기서 설명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배농탕도 길경이 유의미하게 작용하는 처방이다. 몸살감기에는 통치방으로 계마각반탕을 먹고 땀을 내면 하루 이틀도 안 되어서 금새 낫는다. 많은 친구들이 엑스제로 잘 나오는 갈근탕과 소청룡탕을 가져오는데 엑스제 특성상 효과가 그리 좋지는 않다. 갈근탕은 또 변비를 유발시킬 위험이 있고, 소청룡탕은 맑은 콧물과 기침이 주증일 때 효과가 좋고, 몸살이나 누런 콧물 가래에는 그 약효가 좀 덜 하다. 인후통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그치만 탕약으로 이 모든 약을 다 지어가긴 무리가 있다. 본인은 감기로 계마각반탕만 환제로 지어갔는데 몸살 감기를 낫고 나서 남은 가래 때문에 배농탕이 정말 아쉽더라. 기침도 사실 가래와 인후부 자극 때문에 나는 경우가 많고. 다시 선택하라면 계마각반탕 환제에 간단한 용각산 가루 정도는 챙겨가고 싶다. 아니면 배농탕만 환제로 만들어 챙겨가거나..
변비 환자도 많은데 본인은 궁황산을 환으로 만든 응종환을 챙겨갔다. 효과가 정말 좋아서 같이 생활한 양방 선생님들도 덕 많이 보셨다. 저녁에 잘 때 10~15알 먹으면 다음날 아침 신호가 온다.
침은 기본적으로 압수물품이다. 미리 따로 호주머니나 이런 곳에 짱박아두고, 필요할 때 조심스럽게 시술하도록 하자. 훈련이 3주차쯤 대놓고 써도 크게 지적하진 않는다. 나는 분대장한테도 침을 놓아줬다.
* 훈련시 필요한 용품 : 깔창, 반창고, 밴드, 무릎보호대, 팔꿈치보호대
깔창은 필수품 중 필수품이다. 깔창없이 군화를 신고 장시간 걷거나, 서 있으면 발이 무척 아프다. 또한 발의 아치가 무너지면 물집도 훨씬 더 잘 발생하고, 생긴 물집도 크게 된다. 깔창은 돈을 아끼지 말고 되도록 좋은 것을 하나 구비해가자. 신었을 때 충분히 푹신푹신하고 바닥이 두터운 것이 좋다. 젤 타입으로 된 것들이 좋긴 한데, 안 좋은 깔창들은 훈련 일주일쯤 받으면 이 젤들이 다 눌려서 거의 제 기능을 못한다. 간혹 보급받은 활동화의 깔창을 빼서 군화에 넣어서 써도 충분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야말로 개인차의 문제고, 내 생각엔 깔창이 안 좋으면 한달 내내 고생하니까 잘 골라서, 막상 신어보면 깔창이 안 좋은 경우도 존재하니까 미리 길도 들여서 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반창고(플라스터)와 밴드는 사용하기에 따라 정말 쓸 일이 많다. 가장 주된 용도는 물집이 안 잡히도록 발에 반창고를 바를 때 많이 사용된다. 후반기로 가면 발에 물집이 많이들 생기기 때문에 반창고로 발을 거의 싸다시피 해서 붙이는 사람도 많이 생긴다. 밴드도 있으면 여러모로 쓸 일이 있다. 그 외에 이것저것 고정시키거나 붙일 때 한번씩 쓸 일이 생긴다. 이를테면 보호대가 없어서 남는 양말로 팔꿈치와 무릎을 쌀 때 플라스터로 붙일 수도 있다. 넉넉하게 그리고 종류별로 챙겨가자. 폭이 큰 플라스터 2, 3개, 폭이 작은 플러스터 3, 4개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남으면 옆 전우에게 빌려줘도 되고..^^
보호대는 사람에 따라서 필요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훈련을 초 FM으로 하지 않는 이상 살살 땅에 대면 까질 일은 크게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격 훈련시(엎드려 쏴 자세를 연습할 때 등), 각개 훈련시(각종 포복 자세 연습 등)에 필요하다. 무릎과 팔꿈치 부분에 덧댄 패드가 있는 제품이 좋다. 덧댄 패드가 돈이 아까우면 대강 팔꿈치와 무릎아대를 사서 남는 양말을 관절부와 아대 사이에 넣어서 보호대를 만들어도 충분히 쓸만하다. (좀 귀찮을 뿐이다.)
* 생활관에서 필요한 용품 : 두루마리 휴지, 귀마개, 라이트펜, 물티슈
두루마리 휴지는 적어도 1개 정도는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훈련소 생활하는 동안 총 2개의 두루마리 휴지가 배급되는데 처음에 1개를 주고 대략 2주차 훈련을 마칠 때쯤 또 1개를 준다. 충분할 것 같은데 의외로 휴지는 빨리 소모되고, 화장실 갔다가 잠시 깜빡하고 두고 가면 어느새 누가 들고 가버린다. 또 감기에 걸려서 콧물과 가래가 생기면 휴지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부족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매번 빌려쓰기도 구차하니까 두루마리 휴지 1개 정도는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꼭 두루마리 휴지가 아니더라도 포켓 휴지 여러 개를 가져가도 좋다.
귀마개는 자신이 평소에 누구보다도 일찍 잠들고, 무던한 편이라면 필요없을 수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훈련소에서는 고된 훈련 탓에 코를 심하게 골고, 이를 갈기 때문에 귀마개없이는 잠을 자기 힘들 수도 있다. 특히 불침번 서고 와서 다시 잠이 들려고 하면 귀마개 없이는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잘 수 있다. (양쪽에서 내 쪽으로 얼굴 돌리고 코를 골면 그야말로 서라운드 입체음향이다. ^^) 1, 2개 정도는 준비해가면 좋다. 사격 훈련 시 보급품으로도 1개 나오는데 우리 때는 깨끗한 거 줘서 그냥 그걸로 버티는 사람도 있었다.
라이트펜은 야간에 소등 이후 물건을 찾고 싶을 때 불이 없으면 난감하다. 이럴 때 유용하다. 야간 잠 안 자고 편지써서 다른 전우들의 수면을 방해할까봐 처음에 압수해 가는데 호주머니 같은 곳에 대강 숨겨놓고 유용하게 쓰도록 하자. 굳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건은 아니다.
물티슈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유용하게 사용했다. 먼지를 닦을 때도 좋고, 훈련 초반기에 제대로 씻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럴 때도 물티슈로 몸을 닦으면 찝찝했던 기분도 한결 나아진다. 야외 훈련 나갈 시 손을 씻기 애매한 경우가 참 많은데 이럴 때도 유용하다. 50매짜리 1, 2개 가지고 가면 좋다.
-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있으면 좋은 것들
* 각종 의복류 : 군용속옷, 군용양말, 내복, 마스크
기본적으로 모든 의복류는 훈련소에서 살만큼은 지급된다. 팬티와 런닝 3장 정도, 동계 양말 3켤레, 동계 내복 2벌, 마스크 4개가 주어지는데 돌아가면서 입고, 남은 것은 세탁해서 입으면 사실 충분하다. 손빨래하기가 싫으면 분대원들과 함께 속옷을 모아서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 된다. 따라서 구태여 많은 양의 의복을 챙겨갈 필요가 없다. 본인이 심하게 귀차니즘을 앓고 있는 분이라면 여유분을 준비해가면 좋을 것 같다.
본인의 경우는 약간의 여유분을 준비해가니 남들이 빨래한다고 부산을 떨 때 남은 날짜를 계산해보고, 빨래를 할지, 버리고 새 것을 꺼내 입을지 고민해서 결정하곤 했다. 나중에는 자기 속옷과 양말, 내복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 뒤섞일 수도 있고, 아예 잃어버리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럴 때 여유분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단, 너무 많이 들고 가면 어차피 짐만 될 뿐이니 본인이 남들 할 때 같이 할 수 있을 정도로만 부지런하다면 전혀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음을 말해둔다.
챙겨갈 때는 왠만하면 군용속옷과 양말을 사가는 것이 좋다. 색이 다음과 같은 국방색 계통이어야만 원칙적으로는 허용이 된다. 그렇지만 훈련 2주차를 넘어갈 때쯤엔 적당히 요령껏 행동해도 된다. 어차피 안 보이는 옷들이니. (군용상품이나 입대용품 파는데서 구하면 된다.)
마스크도 배급받는 것으로 충분한데 먼지도 많고, 기침도 많이 하면 마스크가 금새 더러워진다. 본인 마스크 챙겨와서 쓰고 그 위에 군용마스크 덧씌우고 다니는 친구도 봤는데 그냥 잘 빨아서 돌아가면서 써도 된다. 본인은 마스크 배급될 때 일부러 1,2개 더 집어서 6개를 돌려썼다.
* 기타 : 각종 부식물, 전자시계, 액체 구두약, 고무링, 매직, 책, 편지지, 세탁망, 테크간편시트(뽑아쓰는 세제), 면봉, 물병
부식물은 기본적으로 처음에 압수된다. 소포로 보내도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우라고 한다. 초콜렛, 사탕, 핫브레이크, 커피 등의 단 음식과 카페인은 훈련이 고될수록 많이 생각이 날 것이다. 종교행사에서 받은 부식물도 원칙적으로는 주말 상간에 다 먹어치우라고 하지만 보이지 않게 잘 놔두고, 종종 꺼내 먹으면 된다. 본인은 처음에 생활관에서 소지품 검사할 때 부식물을 빼서 뒤쪽 모포 아래에 숨겨두었다. 각자 알아서 잘 숨겨서 가자. 부식물이 없으면 훈련이 너무 고되서 힘들어지고 이런 건 아니다. 행군과 같은 훈련시에는 훈련소에서 빵과 음료수, 핫브레이크 등이 다 지급되고, 중간에 px 물품 조사 때도 초코파이 등을 살 수 있다. 처음에는 귀한 부식물이 나중에는 남아돌고, 먹어치우기에 바쁘다. 처음에 압수한 부식물도 나중에는 다 돌려준다. 원래는 4주차 접어들 때쯤 주는 듯 하나 우리 소대는 소대장님의 배려로 2주차 접어들 때쯤 다 돌려주었다.
전자시계를 다들 사가는데 사실 전자시계가 꼭 필요한 때는 거의 없다. 굳이 시계를 보지 않고 살게 된다. 불침번 설 때 시간이 안 가나 한번씩 보고, 훈련 때는 거의 안 차고 다녔다. 제일 싸구려를 사면 된다. 단 싸구려는 계속 차고 다니고, 샤워할 때도 차고 있으면 금새 방수가 안 되고, 고장이 난다. 본인은 밤에만 주로 차고, 낮에는 거의 안 차서 나갈 때까지 멀쩡하더라. 사기 싫으면 의외로 굳이 안 사도 된다. 어차피 분대장들이 지시한 일정대로 흘러가서 내가 시계 볼 일은 거의 없다. 사회에서 차던 좋은 시계는 들고 가지 말자. 괜히 망가질 수 있으니..
액체구두약은 거의 필수에 가깝다. 군화 사이사이의 실밥에 뭍은 흙을 덮으려면 구두솔로 구두약 발라서 닦아야 하긴 하지만 대체로 대강 군화를 닦을 때는 액체 구두약으로 한 두 번 쓱쓱 문지르면 번거로움도 없고, 더 잘 닦인다. 한 분대에 한 두명만 가지고 있으면 서로 빌려 쓰면 된다.
고무링도 자신이 물건 간수만 잘하면 굳이 사가지고 갈 필요가 없다.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충분히 지급되고, 나중에 px 물품 조사시 구매도 가능하다. 굳이 사가려면 가장 작은 ‘중’자 고무링 1,2개 사가면 충분하다. 어차피 훈련소에서 차고 말건데 괜히 비싼 굵은 고무링 사가지고 가지 말자.
매직은 필수품에 가깝지만 보통은 옆 사람한테 빌려쓰게 된다. 속옷에 이름쓰고, 성명주기표 옆에 주차 칠할 때 주로 쓴다. 주차가 채워질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책은 기본적으로 압수를 당한다. 왜 압수당하는지 당최 이해가 안 되는 물건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압수되지 않았으나 작년부터는 압수되는 물품이다. 마지막 주차에나 돌려준다. 생활관 내에 책이 있는데 대체로 오래되고, 재미없는 책들이다. 어차피 뺏기니까 굳이 책을 들고 갈 이유가 없다. 그냥 국방일보나 보도록 해라.
편지지는 기본적으로 다 지급된다. 편지쓰고 싶은 만큼 편지지와 편지봉투는 충분히 지급된다. 군사우편으로 가서 우표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다만, 여자친구에게 따로 아주 예쁜 편지지로 편지 써주고 싶으면 챙겨가도록 하자. 주의할 것은 지급된 편지봉투를 써야지만 군사우편으로 처리되어 무료로 배송되며, 개인이 준비한 예쁜 편지봉부를 쓰려면 본인이 미리 우표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따로 예쁜 편지봉투를 이용할 거면 우표도 준비해가야 한다. 센스 있는 여자친구들은 알아서 우표를 편지에 넣어주더라. (그 전에 여자친구도 없는 당신이 이걸 왜 읽고 있는가?) 그냥 군사우편으로 보내면 되니까 없어도 무방하다.
세탁망은 본인의 속옷이 다른 사람과 섞이기 싫다거나, 작은 옷가지 등을 빨 대 유용하다. 그렇게 필요하지는 않다. 자신이 굉장히 청결함에 신경쓰는 편이라면 가져가라. 없어도 무방하다.
뽑아쓰는 시트세제 종류도 기본적으로는 필요치 않다. 훈련소 내에서 가루 세제가 지급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탁기의 성능이 좋지 않고, 한번에 빠는 빨래의 양이 많아서 세제가 미처 다 녹지 않고, 그대로 옷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다시 손빨래로 이 세제들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런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는 것이 시트세제이다. 물세제를 가지고 가면 좋지만 너무 무거워서 시트세제를 가져가서 쓰는데 한 분대에 1명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다. 없어도 무방하다.
면봉은 대체로 소독약을 바를 때 쓰고, 그 외에는 개인 취향이다. 없어도 무방하다.
물병이 없으면 매번 정수기로 가서 물을 더 마셔야 겠지만 DMZ 생수가 생각보다 자주 지급되고, 그 물병을 이용하면 되므로 사실상 따로 들고 갈 필요는 거의 없다.
벌써 훈련소를 나온지 한 달이 되어가는 시점에 쓴 글이라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 언급조차 안 된 것들은 사실상 거의 필요가 없다 보면 되겠다.
핸드폰과 mp3p 등의 전자기기들은 들고는 가되 제출하라고 할 때 왠만하면 제출하자. 사용하다가 걸리면 얼차려 받기도 하고 별로 좋은 꼴을 못 본다. 충전 잘 된 핸드폰은 꺼두면 퇴소날 바로 전원켜서 사용할 수 있으니 미리 배터리를 채워서 가자. (충전기를 가져가거나.) 한 달간 핸드폰을 정지시켜 두어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담배는 피지 말자. 걸리면 책임 못지는 사태가 일어나니까 애초에 들고 가지도 마라.
다음편은 훈련소에서 공중보건의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훈련들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ps. 이상의 내용은 철저하게 공보의 훈련에 맞춰서 쓰여진 글이니 일반현역병들의 훈련소 생활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밝힙니다.
기타 문의사항은 댓글에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