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이야기 두번째 - 주요 훈련 분석 1
3. 4주간 군사훈련 개요 및 분석
공중보건의는 공익들과 마찬가지로 보충역으로서 총 4주간의 훈련소 과정을 거치면 더 이상의 군사 훈련없이 각자 추첨에 따라 배치된 곳에서 3년 간 근무를 하게 된다. 4주간 훈련의 특성상 짧은 기간에 많은 훈련들을 몰아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바쁘고, 훈련과 훈련 사이 간격이 짧아 충분한 체력 회복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 하루라도 먼저 나가는 것이 압도적으로 좋은 것이니만큼 이러한 단점은 상쇄되고도 남음이 있다. 올해는 심지어 선거로 인해 예년에 비해 2일이나 빨리 퇴소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그만큼 스케줄은 더 빡빡했지만 아나 훈련소에 들어가자마자 하루라도 줄어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 메리트인가 절실히 느끼게 되리라. ^^ 또한 현역병에 비해서는 훈련강도가 조금은 약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그렇다고 날림으로 훈련이 진행되는 일은 절대 없다.)
① 보충역 대상 및 공보의 대우
- 보충역은 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공중보건의사, 징병전담 국제협력의사, 전문연구요원, 공익법무관, 공익수의사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모두 4주 과정의 훈련을 거치며, 이외에도 전환복무요원인 의무경찰과 의무소방 친구들도 4주간의 훈련을 거친다.
우리는 이중에서도 공중보건의사에 해당하며, 대체로 양의사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데 경우에 따라서 전문연구요원도 포함된 중대도 있다. (ex) 5중대 친구들은 전문연구요원이 분대 내에 많았다고 함) 보충역 중에서도 공보의와 공익법무관들은 대체로 분대장들보다 나이가 적게는 4,5살 많게는 10살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고, 사회적 직위를 고려해서 어느 정도 부드러운 훈육과 대우가 이루어진다.(그렇지만 어디까지나 훈련소 범위 내에서의 일이다.) 비교하자면 일반 현역병들에겐 아침 기상 시간에 밍기적거리면 “빨리 빨리 안 일어나나!!!!” 라고 윽박지를 것을 “자 훈련병들 모두 신속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도의 순화된 표현을 분대장들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공보의들이 훈육에 대한 순응 정도가 좋고 및 각종 훈련을 습득하는 속도가 빨라 상대적으로 쉽게 쉽게 넘어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공익들은 말해도 안 들으니 여러 번 말하고, 갈구고, 얼차려 줄 것을 공보의 훈련병들은 한 번 주의를 주면 대체로 바로 시정하니까 분대장들도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간혹 정말 심할 정도로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분대장이 있다고도 하던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고, 분대장 대 훈련병이라는 관점에서 놓고 생각해보면 크게 무리한 언행을 하는 경우는 잘 없는 듯 하다. 조금 거슬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훈련병 신분으로써 딱 한 달만 참으면 되니까 되도록 큰 문제 일으키지 말고 유연하게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② 부대 구성
- 처음 논산에 도착해서 친구들을 만나면 우리 헤어지지 말고 같은 부대가자고 열심히 붙어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은 그야말로 삽질이다. ^^; 기본적으로 공중보건의는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23연대에 배치된다. (23연대는 대체로 보충역들이 훈련받는 곳인듯 하다.) 연대는 다시 교육대로 나뉘게 되는데 같은 기수로 입소했고, 같은 공보의 신분으로 교육받게 되니 큰 의미는 없고, (참고로 난 2교육대였다.) 실질적으로 다음으로 이어지는 중대 - 소대 - 분대 단위가 중요하다. 실제 모든 훈련소 생활은 같은 분대원들끼리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만약 친구와 같이 지내고 싶다면 같은 분대에 소속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번 이렇게 분류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중대는 지역별로 나뉘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를테면 대구, 인천, 강원 등은 8중대로 묶이고, 서울이 6중대로 묶이고 하는 식으로 나뉘는데 만약 아는 사람과 같이 훈련소 생활을 하고 싶다면 일단 자신과 같은 지역에 해당하는 친구를 찾아서 같이 다녀야 한다. 여기서 지역은 주민등록상의 주소와 연관이 되는데, 국시를 합격하고, 기한 내에 공보의를 지원해서 합격통보를 받으면(100% 합격한다.) 곧 입영안내 편지가 배송될 것이다. 이 편지 내에는 자신이 어느 병무청에 해당하는지 적힌 종이가 있는데 자신의 주민등록상의 주소를 기준으로 대구 병무청, 서울 병무청으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처음 입영행사 때 대강 일렬로 줄서서 어수선하게 서 있다가 부모님들 배웅받고 그 자리를 뜨면 해당 병무청에 따라 중대 배치가 이루어진다. 엄한 데 계속 서서 버틴다고 그 중대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닌 게 이후 중대가 나뉘어진 후 병무기록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병무기록표는 자신이 속한 중대가 아닌 엉뚱한 곳에 있으면 내 병무기록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또한 병무기록표를 받으면서 일일이 출석을 부르기 때문에 몰래 다른 중대에 소속될 수가 없다. 결국 처음부터 주소지를 같은 곳으로 해두지 않은 이상 애초에 같은 중대로 배속될 수는 없는 것이다. 중대별로 나뉘어진 뒤에는 소대별로 다시 나누어지게 된다. 소대가 결정된 후에는 다시 소대 내에서 분대로 나뉘어지게 되는 것이다. 보통 한 분대는 10명 단위로 끊기고 소대 인원은 중대의 인원수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있던 8중대를 기준으로 보면 40명에서 50명 내외였다. 8중대와 같은 경우는 중대 분류가 끝난 후에는 키순으로 나와서 앞에서부터 10명씩 끊어서 1분대, 2분대, 3분대, 4분대로 나뉘고 4개의 분대를 묶어서 1소대가 되는 방식이었다. 즉, 8중대는 1소대는 키가 작은 사람들이 많고, 3소대는 키가 큰 사람들이 많았는데, 키를 정확히 재서 줄을 맞추는 게 아니므로 얼추 비슷하면 섞여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본인과 같은 경우는 2소대 정도에 배치될 키였으나 그냥 1소대에 섞여 들어가서 아는 사람과 같은 분대에 배속되도록 줄을 섰는데 별다른 문제없이 같은 분대로 배속되었다.
6중대와 같은 경우는 이렇게 키순으로 서되 세로로 줄을 잘라서 분대를 만들었다고 하니(결과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 중간인 사람, 큰 사람이 모두 섞인 분대가 되겠다.) 결과적으로 그 때 눈치를 잘 보고 친구들과 줄을 잘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요약하면 같은 지역 병무청, 비슷한 키의 사람과 같이 다니면 같은 분대에 배치될 확률이 높다. 전혀 아는 사람이 없는 분대에 가더라도 대략 2, 3일이면 어느 정도 안면도 트고 두루두루 친하게 지낼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③ 훈련 일정 및 각 훈련별 달성 난이도
군대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훈련 중 굵직굵직한 것들 위주로만 우선 쓰도록 하겠다. 되도록 자세히 다 쓰려고 했으나 거의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상태라 빠진 부분이 있을 수 있다.
- 1주차 : 동화교육 기간
동화교육 기간이란 말 그대로 사회인에서 군인으로 동화될 수 있도록 군대 내에서 지켜야 될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고, 이제 적응하는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많지 않으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본인은 일주일 내내 나갈 날이 너무 까마득하다 라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 입소 (1일차)
· 육체적 난이도 : ☆ (짐을 많이 싸들고 왔다면 ★★)
· 정신적 압박감 : ★★☆
그냥 말그대로 입소를 하면 된다. 육군훈련소에 도착을 해서 입소대대에 들어가고, 정시에 집합을 시작하여 군악대 연주 듣고, 입소행사 시작을 한다. 별 건 없고 선서를 하고, 부모님들께 늠름하게 잘 다녀오겠다는 세레모니를 한다고 보면 된다.
각자 부모님, 친구들을 뒤로 하고 들어가는데 부모님의 모습이 사라지면 분대장(조교)들의 고압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공보의이므로 막가자는 식의 대우를 받지는 않는 편이다. 앞서 말했듯이 중대 - 소대 - 분대를 배정받은 후 입소대대에서 23연대로 이동을 하였다. 이 사이에는 병무기록표 받는 시간이 있었는데 일처리가 원활하지 못하여 자기 병무기록표가 다른데 있는 사람도 있고 해서 시간이 꽤 걸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입소대대와 23연대까지의 거리는 꽤나 멀다. 만약에 짐을 꽤나 꾸역꾸역 싸들고 왔다면 들고 가는 것만 해도 힘들 것이다. 어깨에 맬 수 있는 가방을 선택해서 짐을 꾸릴 수 있도록 하자. 또 짐을 너무 무겁게 만들지 말자.
착잡한 심정으로 걸어가면 대체로 이미 훈련소에 입소한 다른 훈련병들이 완전군장을 하고 행군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더욱더 마음은 무거워진다.
23연대에 도착하면 바로 소지품 검사를 한다. 소대장이나 분대장들이 일일이 소지품 검사를 시작하는데 어떤 분대는 날림으로 검사하고, 어떤 분대는 엄청 빡빡하게 일일이 다 뒤지는데 우리 분대는 후자 쪽이었다. ㅜㅜ 나는 요령껏 걸릴만한 것은 잘 숨겼지만 대체로 처음엔 멍하게 있게 되므로 그냥 털리기 마련이다. 휴대폰이나 책, 담배, 신분증, 현금 등은 그냥 미리 속편하게 제출하고, 라이트펜이나 침, 부식물 등은 적당히 숨겨두던지 해라.
소지품 검사가 끝나면 각자 관물대를 뒤져서 방상외피 1벌, 방상내피 1벌, 전투복 3벌, 생활복(추리닝) 1벌 size를 맞추어야 한다. 대체로 정확히 맞는 사이즈를 찾기는 어려우니 대강 맞추는데 전투복 하의 사이즈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옆 관물대를 뒤지고. 서로 맞는 사이즈 교환하고, 다른 분대나 소대에서 남는 전투복들을 쌓아두고 자기가 알아서 집어가서 맞는 사이즈로 어쨌든 숫자를 맞춰 두어야 한다. 방상외피와 내피, 전투복 상의, 생활복이 얼추 맞다 싶으면 재빨리 전투복 하의 3벌을 맞추는데 노력해라. 이 때 맞는 사이즈 못 찾으면 동화교육 기간 내내 맞는 전투복 사이즈를 찾으러 다른 분대, 다른 소대를 돌아다니며 빌빌 거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군화와 활동화도 지급받는다. 군화는 대체로 쓰던 군화들이고, 간혹 새 군화가 섞여 있을 수 있는데 무조건 쓰던 군화를 신는 것이 좋다. 질이 잘 들어있고, 발목부분이 물렁물렁해서 그나마 편하게 군화를 신을 수 있다. 자기 사이즈 부르면 차례대로 나가서 받아가야 해서 처음엔 선택권한이 없지만 나중에 바꿔달라면 다 바꿔준다. 군화 사이즈는 깔창과 동계양말을 신은 다음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선에서 맞추도록 하자. 군화가 잘 맞지 않으면 훈련소 내내 고생하니 처음부터 잘 고르자.
활동화는 낡은 운동화 한 켤레를 주는데 안에 깔창이 있는 걸로 고르도록 하자. 처음에 안 좋은 거 받았다면 나중에 가서 적당한 핑계를 대고 바꾸도록 하자. 신발을 구겨신은 탓에 뒤축이 심하게 튀어나온 활동화도 지양하도록 하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군대에서 신발 불편하면 그만한 고역도 없다.
첫 날은 아마 밤에 잠이 잘 안 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곧 적응된다.
* 총기친숙화 훈련 (2일차)
· 육체적 난이도 : ★☆
· 정신적 압박감 : ★☆
힘들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소총을 들고 다녀야 한다. 소총은 M16A1이 지급된다. 소총은 밥 먹을 때나, 씻을 때나, 화장실 갈 때나, 심지어 잘 때도 끼고 자라고 하는데 정말 여간 귀찮고, 번잡한 것이 아니다. 총을 두고 다니면 분대장들이 훈련병 총 어디 있나 라고 지적을 당하기 때문에 잘 들고 다니자. 소총은 생각보다 무겁다. 그래도 M16 정도면 소총 중 가벼운 편이다.
우리 분대를 기준으로 말하면 11번 훈련병과 같이 총기 보관함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훈련병은 앞으로 소총 담당으로 지정되어 앞으로 시도때도 없이 총기 최신화라는 작업을 하게 된다. 총기 최신화는 소총이 모두 제자리에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당일 담당자 이름으로 매번 새로 써 넣는 일을 말하는데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총기 보관함은 자물쇠로 채워서 보관하고, 이 열쇠는 당직분대장에게 제출하게 되기 때문에 열 때, 닫을 때 매번 가지고 오고, 가져다 주고 해야해서 정말로 귀찮다.
총기수여식과 입대식도 이 날 진행되는데 이 때는 되도록 목소리를 크게 내어서 처음에 좋은 인상을 주도록 하자. 군대에선 목소리 크다고 싫어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군기가 들어보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다. 처음에 좋은 인상을 주면 이후에 훈육 강도도 좀 낮아지고, 여러모로 좋은 일이 많다.
-> 이 날부터 동화교육 주간이 끝나는 동안 틈틈이 가뜸이라는 작업을 한다. 전투복 3벌,방상외피 1벌에 교번주기표와 이름표를 다는데 총 8개의 명찰을 손수 바느질해서 다는 작업을 말한다. 그렇게 어렵진 않은데 귀찮을 뿐이다. 가장 짜증이 나는 건 가뜸하라고 시켜서 가뜸을 하려고 바늘에 실을 끼우고 바느질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다시 하던 것을 중지하고 다른 일을 하라고 시킬 때다. 이러면 기껏 실을 길게 늘여서 만들었는데 다시 매듭을 지어야 돼서 정말 짜증이 난다. 가뜸을 할 때는 실을 길게 해서 한번에 명찰 하나 다는 것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 체력측정 (3일차)
· 육체적 난이도 : ☆ (자신이 하기에 따라 random)
· 정신적 압박감 : ☆
원래 토요일은 일반적으로 특별한 일정이 없기 때문에 보통 체력측정과 같은 활동을 토요일로 배치한 경우가 많다. 만약 의무경찰과 같은 경우는 이 체력측정이 배치 점수에 영향을 주므로 죽을 힘을 다해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공보의는 몇 년 전 법 개정 이후로는 훈련소 성적과 무관하게 그냥 뺑뺑이로 지역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혀 열심히 안해도 된다.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뜀걸음으로 평가되는데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적당히 하도록 하자. 절대적으로 무리할 필요도 없고, 분대장이나 소대장들조차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 체력 측정은 보통 1주에 한 번 정도 이루어진다.
* 종교행사 (4일차)
· 육체적 난이도 : ★ (약간 random 종교행사장이 멀거나, 빡센 분대장의 인솔 시)
· 정신적 압박감 : ☆
매주 일요일은 종교행사가 있다. 오전에 1번 다녀오고, 야간에 1번 다녀올 수 있다. 종교는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가 있으며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면 된다. 원불교는 오전에만 열리고 야간엔 선택이 불가능하다. 생각보다 종교행사장의 거리는 멀고, 가는 길에도 역시 열을 맞추고, 발을 맞추고, 종종 군가도 불러야 한다. 오전에만 다녀오고, 저녁에는 안 가는 것이 가장 편하기 하나, 기왕이면 우선은 4가지 종교 행사를 모두 둘러보도록 하자.
각 종교의 장단점을 따지면 다음과 같다.
- 불교 : 장점은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와 걸그룹 동영상을 틀어준다는 것이다. 걸그룹 동영상을 틀어주는데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슬로우한 모션으로 딱딱 잡아주는데 이것을 컨트롤하는 사람에게서 완숙함이 느껴진다. 단점은 간혹 거기 있는 스님이 빡치는 것과 부식이 좀 빈약하다는 거, 23연대에서 거리가 가장 멀다는 것이다. (그치만 천주교, 기독교, 불교 전부다 거의 몰려 있다고 보아야 한다.) 특별한 종교관이 없다면 불교 수계식 날은 꼭 불교를 가길 정말 추천하고 싶다. 여대생 댄스 동아리가 오는데 훈련소 내에서는 정말 큰 낙으로 다가온다.
- 기독교 : 장점은 초절정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광적인 분위기이다. 기독교는 저녁에 가는 것이 진리인데 가보면 상상 이상의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다. -_-; 현역병들 사이에선 가장 인기가 높은 종교로 훈련소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여기서 풀고 가는 듯 하다. 그 어떤 콘서트장을 가도 이렇게 열정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부식도 중박은 친다. 단점은 지나치게 광적이고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싫다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전 기독교는 무난하니까 기독신자들은 오전 기독교를 선택하면 되겠다.
- 천주교 : 장점은 가장 종교행사 다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어느 정도 질서가 잡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부식이 가장 잘 나온다. 부활절 주간에 천주교를 선택하면 초코파이를 한 통씩도 받을 수 있다. 단점은 천주교인이 아닌 이상 매우 지루하고, 중간중간 미사 의식 때문에 자주 일어나게 한다는 점이다.
- 원불교 : 장점은 타종교 행사에 비해 아침 일찍 종교 행사 가야하므로 아침 뜀걸음을 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배식조라면 어차피 뜀걸음은 면제될 때가 많으므로 굳이 오전 원불교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또 23연대에서 거리도 그나마 가장 가까운 편이다. 또 그렇게 종교행사가 번거롭지도 않고, 저녁 기독교처럼 정신없는 분위기도 아니라 좀 쉬다 올 수 있다. 단점은 부식이 좀 빈약하다는 것. 뜀걸음이 버거운 훈련병들에겐 오전 원불교는 진리다. ㅎㅎ
ps1) 첫 주차부터 시작해서 적어도 3주차에 접어들기 이전에는 종교행사를 가면 가서 “짬찌”라는 용어를 골백번 듣게 될 것이다. “짬 찌꺼기”라는 안 좋은 뜻으로 자신보다 기수가 낮아 주차가 느린 훈련병들이 속칭 군대말로 짬이 안 된다고 놀리려고 쓰는 말이다. 또 4주만 훈련받는다는 표식 때문에 공익이라고 현역병들이 오해하고, 장애인이라고 놀리는 경우도 꽤 많은데 일일이 응대하지 말도록 하자. 안 그래도 저 친구들은 2년 고생해야 할 친구들인데 너그러이 이해해주자. 공보의라고 간혹 설명을 시도하려고 하는 선생님들도 계신데 무의미한 짓이다. 이 친구들은 애초에 공보의가 뭔지도 잘 모른다.
ps2) 마지막 주차엔 가장 힘들고 고된 훈련인 각개전투가 있다. 주차가 높은 4주차 말, 5주차 훈련병들은 “우리는 끝났다 각개전투”라고 구호를 시작하면 저쪽에서 자기들도 끝났으면 “우리도 끝났다 각개전투”라고 화답한다. 자신들은 이미 힘든 훈련 다 끝났다고 놀리면 아직 주차가 낮은 훈련병들은 “GOP"라고 받아친다. 너희들 죄다 전방인 GOP에나 배정받으라는 의미이다. 현역병들의 마음 속의 불안을 대변하는 듯한 훈련소 종교행사 풍습(?) 중 하나이다.
그 외에도 첫주차에 하는 일이 꽤 많지만 이 정도만 알아도 우선은 충분하겠다.